[궁금한.ai] 생성형AI는 과연 네이미스트를 대체할 수 있을까? Namelix 사용기

네이미스트가 브랜드 이름을 지어주는 AI를 만났을 때

초면에 다짜고짜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매우 어지러운(?)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크라우드웍스에서 마케팅팀을 맡고 있지만, 과거의 저는 사실 매거진 에디터였고, 브랜드 컨설턴트기도 했고, 브랜딩 전문 에이전시의 AE이자 콘텐츠 기획자, 그리고 프리랜서 네이미스트(namist)이기도 했어요. 누군가가 저에게 ‘도대체 전공이 뭐냐’고 묻는다면 콘텐츠를 만들고,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고, 알리는 모든 역할. 그게 제가 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궁금한.ai] 원고를 써보자 했을 때 이왕이면 제가 하는 일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서비스를 찾아보려고 했어요. 서칭 중에 네임릭스(Namelix)라는 생성형 AI를 알게 됐습니다. 네임릭스는 회사, 브랜드, 제품 등의 이름을 자동 생성해 주는 도구로 사용자가 특정 키워드나 기준을 설정하면 새로운 이름은 물론이고 로고 디자인까지 제안해 준다고 했어요. 저는 그동안 크고 작은 기업의 이름, 제품명, 부티크의 이름과 로고를 기획하고 제안하는 일을 자주 맡아왔는데요. 네임릭스가 제 일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가볍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Namelix(https://namelix.com) 메인 화면

오, 로그인이 필요 없어요!

제일 반가웠던 점은 따로 가입과 로그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서비스를 사용해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번거로운 절차 하나를 덜었어요. 네임릭스 사이트에 들어가 할 일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상단에 보이는 빈칸에 내가 만들고 싶은 이름의 키워드를 쭉 써보는 겁니다. 이렇다 할 가이드도 따로 없었어요. 그냥 일단 해보면 된다는 거겠죠?

그럼 제가 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하이엔드 가방 브랜드를 하나 만들어볼게요. 관련된 키워드를 무작위로 넣고 ’Generate’을 눌러봅니다. 

매우 단도직입적이다.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원하는 이름 스타일을 물어봅니다. (오, 단도직입적이야…)

근데 좀 이상했던 건, 네이밍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키워드를 입력했다 하더라도 먼저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나 기업 등)의 상세 정보에 대해서 더 자세히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에요. 제가 서비스를 기획했다면 아마 세 번째 섹션의 Brand Info를 첫 번째 섹션으로 뒀을 거예요. 좀 더 생각해 보니 고객이 서비스를 좀 더 쉽고 간단하다고 느끼게 하려고 이 순서로 묻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제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매우 허술하다…’고 느끼게 만든 원인이었지만요.)

원하는 이름 스타일을 물을 때 구체적인 예를 들어줘서 고르기는 편했어요. Auto로 해볼까 하다가 너무 쓸데없는 이름들을 제안할까 봐 좀 더 창의적일 것 같은 ‘Brandable names’을 선택했습니다. 

다음은 Randomness에요. 이 옵션이 있다는 게 좀 놀랍긴 했습니다. 과연 Low, Medium, High에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을까 싶었고요. 저는 일단 Low로 테스트를 해봤어요. 얼마나 직접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지 궁금해서요. (나중에 여러 가지로 테스트해 본 결과 느껴지는 차이가 크게 없다…는게 제 결론입니다.)

마지막은 Brand info 섹션인데요.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심플한 구성이었어요. 제일 처음 제가 기입했던 키워드에 다른 항목을 추가할 수 있고, 짧은 한 문장으로 당신의 제품에 관해서 설명하라는 게 전부였거든요. 간단해서 좋긴 한데 그럼 네이밍에 많은 걸 고려하진 않겠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가 투입되는 네이밍 프로젝트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작업이 들어가는데요. 그중 꽤 많은 시간 동안 현재 시장 상황과 업계, 경쟁자 현황에 대한 조사를 하거든요. 심지어 업계 탑티어의 브랜드 포지셔닝이나 세일즈 전략까지 파고드는 경우도 많아서 아무리 AI 서비스라고 해도, 겨우 이 정도 정보로 괜찮은 이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었어요.

일단 시작했으니 (실망감을 뒤로 하고 우선은) Generate를 눌러봅니다. 

얼마 안 걸리는 로딩 중…

대망의 결과는….?

신규 하이엔드 가방 브랜드 네이밍 제안 예시

네임릭스는 꽤 많은 이름을 제안해 줘요. 아니 정확히는, 너무 많은 이름을 제안합니다. 스크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제안된 이름은…..예상대로 제 입장에서 쓸만한 건 크게 없었어요. 지금 당장 가방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도 쓰지 않을 이름들이 많았달까요. 제안 중에는 네이미스트라면 떠올리지조차 않을 이름도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Lenova, Kodaq, Bitra, Overlook 같이 미묘하게 다른 제품군의 대표 제품이 연상되는 이름이나, Labar, Binil, Kolona 처럼 읽었을 때 어감 때문에 절대 제안하지 않을 이름 말입니다. (너무한 거 아닙니까…)

제일 아쉬운 건 이름을 제안한 이유라던지, 특정 단어의 이미지나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이건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에요. 그럴싸한 이름을 봐도 이게 혹시 영어나 제 3의 언어로 이상한 뜻이지 않을까, 의미나 이미지 상으로 내가 모르는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무슨 단어로 만들어진 조합인지 아무리 봐도 이해되지 않는 이름도 많았고 제품 카테고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름도 많았어요.

만약 네이미스트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이름을 제안할 때 의미를 부여할 수 없고, 클라이언트를 제대로 설득할 수 없다면 제안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근데 그건 네이미스트뿐만 아니라 사업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름’은 정말 많은 이야기의 압축본이에요. 키워드이자 이미지이고, 비즈니스가 나아갈 방향성이자 시장에서 싸워 이길 도구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영세 상인, 1인 기업이나 벤처 기업이라고 해도 이름의 중요성은 똑같거든요. 그런 점에서 네이밍을 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프로세스와 결과물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제안된 이름을 계속 보다 보니 패턴이 보였어요. 제가 썼던 키워드에 Luxury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랬더니 이름에 계속 ‘luxe’를 포함해서 제안했어요. 1차원적인 접근이죠. 제품 소개에 ‘based on South Korea’라고 썼더니 이름에 KORE도 자주 발견됐습니다. (고래…진심이냐…) 제품 description을 이해한다기보다는 단어로 받아들이나봐요. 아까 설정한 Randomness 조건 때문인가 해서 바꿔서도 시도해봤는데 큰 차이는 못 느꼈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키워드를 잘못 쓴 것 같아요. 그나마 쓸만한 이름을 많이 건지려면 시장이나 타깃처럼 진지한 키워드를 넣을 게 아니라 정말 가볍게 글자와 소리, 어감만을 고려한 키워드를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luxury처럼 강한 단어들은 넣지 않는 게 좋겠어요. 이런 단어가 들어가면 어디서 본 것 같은, 세상에 있을 것만 같은 이름이 자꾸 제안되거든요. 

로고 디자인이 다양하게 제안되는 건 좋은데…

제안되는 이름이 곧바로 모두 디자인된 형태로 제공되는 건 시각적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이름을 클릭하면 아래처럼 똑같은 이름의 다양한 디자인이 다시 제안되고 여기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분명 가방이라고 했는데 로고에 자동차 등장 실화냐…(절망)

로고 디자인만이 목적이라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https://brandmark.io/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네임릭스와 연결된 서비스기도 합니다) 다른 이미지 생성형 AI들 실력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키워드를 잘 쓸 자신이 있는, 아이디어 채집이 목적인 분들께만 추천해요. 

종합해 보면 네임릭스가 효과적이려면 처음에 기입하는 키워드가 매우 매력적이어야 할 것 같아요. 이미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 정리한 상황에서 더 다양한 단어들의 조합을 보고 싶다거나, 확실히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는데 아이디어를 더 얻고 싶은 경우에는 사용해 볼 법도 합니다. 다만 아이디어 초기 단계에서는 너무 많은 이름들을 제안하기 때문에 오히려 머리만 더 복잡해지실 수 있어요. 더군다나 아주 정교한 정보 수집 단계를 거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주 고퀄리티의 제안을 바랄 수도 없고요. 키워드를 아주 많이 넣으면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몇 개까지 가능한지는 테스트해보지 못했는데 너무 많아도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국내 비즈니스라면 오히려 naimy(https://naimy.ai/) 같은 한국 서비스가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안 전 더 많은 정보를 수집 반영하기도 하고 국내에서 이미 사용 중이진 않은지 교차 검색도 가능하다고 하거든요. 

브랜더이자 마케터의 입장에서 생성형 AI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잘 사용하기만 한다면 기획부터 완성까지 창작의 길고, 지루하고, 힘겨운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도, 누구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그래서 제 일을 모두 빼앗아 가버릴 수도 있죠) 잘못 사용하면 형편없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있고 덩달아 제 창의성까지 갉아먹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 확실한 건 AI도 ‘도구’이기 때문에 활용하는 사람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번에 네임릭스를 시험 삼아 사용해 보면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도움이 될지 많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혹시 제가 사용해 보면 좋을 만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아신다면 언제든지 추천해 주세요!

이달의 리뷰어

조아라 | 크라우드웍스 마케팅팀 Lead
어려운 글은 싫어합니다. 콘텐츠 공해의 주범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